한국 유행어, 뜻과 쓰는 자리
자막에도 한글 그대로 나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뜻을 아는 건 절반이고, 언제 쓰는 말인지까지 알아야 씁니다.
한국 사람끼리만 통하는 말들. 사전에는 없고, 번역하면 사라집니다. 알아두면 대화가 달라집니다.
늙크크
neuk-keu-keu
늙 + 크크 (영크크의 반대말)
감각이 옛날에 머물러 있는 것. 나이보다는 취향과 반응이 요즘 흐름에서 비켜나 있다는 쪽입니다.
20대 후반에서 30대가 스스로를 낮춰 부를 때 가장 많이 씁니다 — '나 늙크크라서 이거 뭔지 모르겠어.'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면서 더 퍼졌습니다. 다만 '늙었다'를 콕 집어 말하는 뜻이 들어 있어서, 친하지 않은 사이에 상대에게 쓰면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한테 쓰는 건 언제나 안전합니다.
나 늙크크라 이 노래 처음 들어봐.
자기한테 쓰면 웃으며 넘어갑니다. 남한테 쓰면 관계에 따라 다르니, 처음 만난 사이라면 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올크크
ol-keu-keu
OLDCREATORCREW (올드 크리에이터 크루)
늙크크와 같은 뜻입니다.
원곡 가사에 실제로 나오는 쪽은 이 말인데, 실제로 퍼진 것은 늙크크입니다. 뜻을 알아두면 읽을 때 막히지 않는 정도이고, 직접 쓸 일은 드뭅니다.
올크크 말고 늙크크라고 하더라.
가사에서 나온 원래 표현. 알아두면 어디서 왔는지가 보입니다.
영크크
yeong-keu-keu
YOUNGCREATORCREW (영 크리에이터 크루)
트렌디하다. 감각이 젊고 지금 흐름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보이그룹 코르티스의 곡 〈YOUNGCREATORCREW〉 제목을 줄인 말입니다. 2026년 2월 팬덤 안에서 쓰이다가, '영크크를 모르는 것 자체가 영크크가 아니다'라는 농담이 돌면서 밖으로 퍼졌습니다. 사람에게도 쓰고 물건이나 장소에도 씁니다.
이 카페 완전 영크크다.
한국에서 지금 이 말을 알아듣는다는 건 이번 달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코르티스는 8월 22일 서울에서 공연합니다 — 이 말이 나온 그 그룹입니다.
감다뒤
gam-da-dwi
감이 다 뒤졌다
감각이 죽었다. 못했을 때, 또는 분위기를 못 읽었을 때 하는 말입니다.
감다살의 반대말이고, 같은 자리에서 같이 씁니다. 다만 '뒤졌다'는 점잖은 말이 아닙니다 — 자기한테 쓰거나 친한 사이에서 농담으로 쓰는 말이지, 처음 만난 사람이나 윗사람에게 쓰면 실례가 됩니다. 뜻만 알고 따라 쓰면 생각보다 훨씬 세게 들립니다.
나 오늘 감다뒤네.
읽을 줄 알면 방송 채팅이 통째로 이해됩니다. 쓰실 거면 자기 자신에게만 쓰세요.
감다살
gam-da-sal
감이 다 살았다
감각이 되살아났다. 잘했을 때 하는 칭찬입니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이 진행자의 판단이 좋을 때 쏟아내던 말인데, 지금은 스포츠 중계나 일상 대화에도 넘어왔습니다. 못하다가 갑자기 잘했을 때가 가장 제자리입니다. 반대말은 감다뒤입니다.
이번 선택 감다살이다.
칭찬 중에서도 '오늘 컨디션이 돌아왔다'는 결의 칭찬입니다.
느좋
neu-jot
느낌 좋다
보자마자 느낌이 좋은 것. 설명하기 전에 먼저 오는 호감입니다.
사람에게도 쓰고 카페·옷·노래에도 씁니다. 뒤에 붙여 쓰는 형태가 더 흔합니다 — 느좋남, 느좋녀, 느좋카(느낌 좋은 카페). 왜 좋은지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말이라, 짧게 던지고 끝냅니다.
이 카페 완전 느좋이다.
칭찬인데 부담이 없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에도 쓸 수 있고,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갓생
gat-saeng
god + 인생(life)
규칙적이고 성실하게 잘 굴러가는 삶. 새벽에 일어나고, 운동하고, 할 일을 미루지 않는 하루.
감탄이면서 동시에 살짝 자조적입니다. "갓생 살기"는 목표로 쓰이고, 그 목표를 며칠 만에 놓치는 것까지 포함해서 농담이 됩니다.
이번 주는 갓생 살기로 했어.
'오늘 갓생 살았다'는 자랑이자 농담입니다. 이 말을 쓰면 한국 또래와 같은 리듬으로 대화하게 됩니다.
얼죽아
eol-juk-a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영하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사람. 그리고 그 습관 자체.
겨울에 카페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눈 오는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니면 한국인 인증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본인을 소개할 때도 씁니다 — "저 얼죽아예요."
나 얼죽아라서 겨울에도 아아.
1월에 카페에서 '저 얼죽아예요' 한마디면 분위기가 확 풀립니다. 한국 사람이 가장 자기 얘기처럼 느끼는 유행어입니다.
이런 데가 어딘지 보기 ›최애
choe-ae
最愛 — 가장(最) 사랑하는(愛)
가장 좋아하는 멤버, 또는 가장 좋아하는 무엇이든.
영어권 팬덤의 bias에 해당합니다. 아이돌에만 쓰는 게 아니라 최애 음식, 최애 카페처럼도 씁니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사람은 "차애"입니다. 같은 한자(最愛)를 중국 팬덤에서도 쓰기 때문에 중화권 팬과는 글자만으로 통하고, 일본의 "오시(推し)"는 뿌리가 다른 별개의 말입니다.
내 최애는 데뷔 때부터 봤어.
팬끼리 처음 만났을 때 '최애가 누구예요?'로 시작하면 대화가 훨씬 빨리 열립니다. 중국 팬덤에서도 같은 한자를 씁니다.
최애 공연 일정 보기 ›야르
ya-reu
신난다, 잘됐다. 가볍게 터뜨리는 감탄입니다.
'오예'나 '앗싸'와 비슷한 자리에 들어가는데, 소리치는 느낌보다 장난스럽게 툭 던지는 쪽입니다. 댓글이나 메시지에서 분위기를 풀 때 씁니다. 어디서 나온 말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 뜻과 쓰임은 여러 곳에서 같게 설명하는데, 유래를 밝힌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표 구했다 야르
한 글자짜리 기쁨입니다. 외국인이 써도 어색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감탄사입니다.
알아두면 좋은 말
유행을 타지 않는 말들입니다. 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해주는 단어라,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 쓸모가 있습니다.
혼저옵서예
hon-jeo-op-seo-ye
"어서 오세요"의 제주말
어서 오세요.
제주 공항과 가게 간판에서 바로 보게 되는 말입니다. 제주어는 육지 사람도 못 알아들을 만큼 다르고, 유네스코가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해 두었습니다.
혼저옵서예, 제주도.
제주에서 이 인사를 되돌려주면 가게 분위기가 바뀝니다. 제주 사람들이 가장 반가워하는 한마디입니다.
머라카노
meo-ra-ka-no
"뭐라고 하는데?"의 경상도 말
뭐라고? / 뭐라는 거야?
부산에 가면 서울말과 억양부터 다릅니다. 경상도 말은 끝이 올라가고 짧습니다. 화난 것처럼 들리지만 대부분 그냥 평범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니 머라카노.
부산에서 이 한마디를 알아들으면 상대가 놀랍니다. 서울말만 배운 외국인은 거의 모르는 말이라서요.
힙하다
hip-ha-da
영어 hip + 하다(to be)
세련된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낡고 거친 쪽에 가까운 멋. 을지로의 오래된 건물 2층 카페 같은 것.
새것보다 오래된 것에 씁니다. 번쩍이는 신축 건물은 힙하지 않고, 인쇄소 골목의 간판 없는 술집이 힙합니다. 요즘 서울에서 장소를 고르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여기 진짜 힙하다.
서울에서 갈 곳을 물을 때 '힙한 데 있어요?'라고 하면 완전히 다른 대답이 돌아옵니다. 관광지가 아니라 요즘 가는 곳을 알려줍니다.
이런 데가 어딘지 보기 ›심쿵
sim-kung
심장(heart) + 쿵(thud)
심장이 한 번 쿵 내려앉는 순간. 설렘의 물리적 표현입니다.
팬덤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입니다. 무대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볼 때, 예상 못 한 미소가 나올 때 댓글창이 심쿵으로 덮입니다.
그 눈빛에 심쿵했어.
콘서트 후기나 댓글에 '심쿵'을 쓰면 한국 팬들이 바로 반응합니다. 팬덤 안에서 가장 빨리 통하는 말입니다.
인싸 / 아싸
in-ssa / a-ssa
영어 insider / outsider에서 온 말
무리에 잘 섞이는 사람과, 혼자가 편한 사람.
둘 다 욕이 아닙니다. "나 아싸야"는 자기소개로 흔히 쓰이고 오히려 편안한 인정에 가깝습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콘서트 가는 것도 여기서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나 완전 아싸라 혼콘 자주 가.
'저 아싸예요'는 자기소개로 아주 흔합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콘서트 가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라, 한국 여행이 훨씬 편해집니다.
답정너
dap-jeong-neo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듣고 싶은 답을 이미 정해놓고 물어보는 사람. 질문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사실 질문이 아닙니다.
"나 살쪘지?"라고 물으면서 아니라는 말을 기다리는 경우가 전형입니다. 놀리는 말이지만 악의는 크지 않습니다.
야 너 답정너지?
친구가 뻔한 질문을 할 때 '답정너네'라고 받아치면 웃음이 터집니다. 한국식 농담 리듬에 정확히 올라타는 말입니다.
간지
gan-ji
일본어 感じ(칸지, '느낌')에서 온 말
보자마자 멋있다고 느껴지는 것. 옷차림, 자세, 분위기 전부에 씁니다.
알아두실 것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본어에서 왔고, 국립국어원이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과 「일본어투 생활 용어」에 올려 '느낌'으로 바꿔 쓰기를 권하는 말입니다. 그래도 영화 현장에서 1970년대부터 쓰였고 지금도 '간지 난다', '간지 폭발'처럼 일상에서 흔히 들립니다. 다만 어른들 앞이나 공적인 자리에서는 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뜻도 일본어와 다릅니다 — 일본에서 感じ는 그저 '인상'이라 좋고 나쁨을 함께 붙여 쓰지만, 한국에서는 그 자체로 '멋'을 뜻합니다.
저 형 간지 미쳤다.
뜻만 알아도 예능 자막이 훨씬 잘 읽힙니다. 다만 배경을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다릅니다 — 어른들 앞에서는 '멋있다'가 안전합니다.
서울에서 이 스타일 해보기 ›꾸안꾸
kku-an-kku
꾸민 듯 안 꾸민 듯
꾸민 티가 안 나게 꾸민 것. 방금 일어나서 대충 걸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시간 걸린 차림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칭찬 중 하나입니다. 공항패션 기사에 거의 항상 나옵니다. 노력한 티가 나면 지는 것이라는 감각이 이 한 단어에 들어 있습니다.
오늘 꾸안꾸 컨셉이야.
친구 옷차림에 '오늘 꾸안꾸다'라고 해주면 바로 웃습니다. 외국인 입에서 나올 거라고 아무도 예상 못 하는 말입니다.
서울에서 이 스타일 해보기 ›정
jeong
시간이 쌓여서 생기는 애착. 좋아하는 마음과는 다릅니다. 매일 투덜대는 사이에도 정은 들고, 그래서 못 끊습니다.
"정들었다"는 헤어지기 아쉽다는 뜻입니다. 단골 식당 아주머니가 반찬을 더 주는 것도, 별로 안 친한 동네 사람과 인사하게 되는 것도 정입니다. 사랑도 우정도 아닌 제3의 감정입니다.
3년 살았더니 이 동네에 정들었어.
한국 사람에게 '정 들었어요'라고 말해보세요. 웬만한 칭찬보다 훨씬 크게 받아들입니다. 번역기로는 절대 나오지 않는 말이라서요.
눈치
nun-chi
눈(eye) + 치(measure) — 눈으로 재는 것
말하지 않은 분위기를 읽어내는 감각. 상대가 지금 불편한지, 이 자리에서 뭘 하면 안 되는지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도 아는 능력입니다.
칭찬도 되고 욕도 됩니다. "눈치 빠르다"는 센스 있다는 뜻이고, "눈치 없다"는 분위기 못 읽는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자주 쓰이면서 영어로 옮기기 가장 어려운 말 중 하나입니다.
쟤 진짜 눈치 없다.
이 말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한국 사람은 '아, 이 사람 한국 좀 아는구나' 합니다. 한국 생활의 절반이 이 단어 하나로 설명되기 때문입니다.